영화[비포선라이즈(Before suunrise)-줄거리포함 결말

영화는 유럽을 여행 중인 미국 청년 **제시(이선 호크)**와 프랑스 여학생 **셀린(줄리 델피)**이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제시는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고, 셀린은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는 길이다. 짧은 대화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제시는 셀린에게 “오늘 하루만 비엔나에서 함께 보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셀린은 망설이지만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둘은 하루 동안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를 함께 거닐며, 삶, 사랑, 죽음, 관계, 꿈,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는 철학적이고도 진솔하며, 서로의 내면을 천천히 열어가게 만든다. 비엔나의 거리와 카페, 음반 가게, 성당, 공원, 관람차 등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감정선도 점차 깊어져 간다.

시간이 흐르며 둘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제시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셀린은 파리로 향해야 한다. 공항에서 헤어지기 직전, 둘은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6개월 후인 12월 16일, 이곳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서로의 감정이 환상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믿고 싶었던 그들은 그렇게 떠나간다.

영화는 둘이 각자의 길로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함께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그 하루는 평생을 기억할 만큼 강렬하고 진실했다.

《비포 선라이즈》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 사건이나 갈등, 클라이맥스 같은 전형적인 드라마적 구조가 거의 없다. 대신, 이 영화는 오롯이 **‘대화’**에 집중한다. 제시와 셀린의 대화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두 인물의 세계관과 내면을 조금씩 드러내는 진심어린 대화다. 이 점이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우연한 만남과 짧은 사랑의 마법’**을 아름답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 제한된 시간이라는 설정 속에서 싹트는 감정은 더욱 강렬하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그들은 서로를 오래 알아온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동시에 아직은 모르는 게 많은 연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미묘한 관계의 경계는 영화 전체에 섬세한 긴장감과 아련함을 더해준다.



또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연출은 마치 카메라가 그들을 몰래 따라다니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선사한다. 정형화된 촬영보다 인물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롱테이크와 흐릿한 조명, 실제 비엔나 거리의 소리와 배경이 관객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선 호크와 줄리 델피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마치 실제 연인처럼 자연스럽고 리얼한 연기는, 그들의 대사가 대본인지 즉흥적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실제로 두 배우는 각본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캐릭터의 정체성을 자신들의 감정으로 채워 넣었다. 그래서일까, 관객은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것이 아니라 엿듣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만큼 진솔하고 깊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시간의 소중함’과 ‘순간의 진실함’**이다. 단 하루의 만남이지만, 그 하루가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때로는 시간의 길이보다 그 안에서 나누는 진심과 대화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