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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디악(Zodiac)-2007년작]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쇄살인범 조디악 킬러를 다룬 영화!

Erica's room 2025. 5. 10. 08:36

영화 《조디악》 (줄거리 및 결말 포함)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07년작 《조디악》(Zodiac)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미제 연쇄살인 사건인 ‘조디악 킬러’ 사건을 다룬 실화 기반 영화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극적인 허구보다는 치밀한 조사와 사실성에 집중하고, 이것이 오히려 더 깊은 긴장감과 몰입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1969년 7월 4일, 젊은 커플이 도로 근처에서 총에 맞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이후 자신을 ‘조디악’이라 칭하며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고, 암호문과 함께 살인을 예고한다. 이 편지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사에 도착하고, 여기서부터 만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분), 경찰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분), 기자 폴 에이버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등이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깊이 휘말리게 된다.

로버트 그레이스미스는 원래 단순한 만화가였지만, 조디악 사건에 대한 집착이 점차 강해지면서 사실상 아마추어 탐정처럼 변한다. 그는 경찰 수사 기록과 언론 보도, 조디악의 암호 해독 등을 통해 점점 더 깊은 진실에 접근해간다. 영화는 범인의 범행 자체보다, 범인을 추적하는 이들의 집착과 좌절, 심리적 붕괴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데이브 토스키 형사는 수사의 한계를 실감하며 점점 지쳐가고, 기자 폴 에이버리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점점 파멸해간다. 반면, 그레이스미스는 직장과 가정까지 잃어가면서도 오직 조디악에 대한 진실만을 좇는다.

조디악이라는 존재는 영화 내내 등장하지 않지만, 그 그림자는 모든 인물의 삶을 뒤흔든다. 영화는 한 명의 확실한 범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여러 용의자들이 등장하고, 그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아서 리 앨런(존 캐롤 린치 분)’이 부각되지만, 명확한 증거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경찰은 물리적 증거 부족으로 기소하지 못하고, 앨런은 결국 심문만 받고 풀려난다.
결말 부분에서는 1980년대 중반, 그레이스미스가 직접 앨런을 지목하며 사실상 사건을 마무리 짓지만, 그 역시 완전한 확신은 얻지 못한다. 영화는 1991년, 조디악 사건의 생존 피해자 중 한 명이 앨런의 사진을 보고 그가 범인이라고 증언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미 앨런은 사망한 이후였고,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감상평

《조디악》은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와는 확연히 다르다. 범인을 쫓는 추적극의 형식을 갖췄지만,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화려한 액션이나 결말의 해답은 없다. 오히려 긴 러닝타임 동안 사건의 미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물들을 통해, 진실이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역임을 고발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영화의 ‘집요함’이다. 핀처 감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사건의 실제 기록과 인터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복원해냈다. 그 결과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정밀함과 무게감을 지닌다. 경찰서 내부의 조명, 1970년대 신문사의 풍경, 사회 전반에 흐르는 불안감 등 모든 요소가 디테일하게 재현되어 있다.
 
주인공 그레이스미스의 집착은 영화의 핵심이다. 그는 탐정도, 기자도 아닌 평범한 만화가지만, 단순한 호기심이 집요한 추적자로 그를 탈바꿈시킨다. 그는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동시에 스스로를 갉아먹고, 결국에는 삶의 균형마저 무너뜨린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진실을 쫓는 개인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크 러팔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다우니 주니어는 냉소적인 언론인에서 점점 피폐해지는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캐릭터들의 변화는 실제 사건의 경과와 맞물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영화는 진실이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음을, 그리고 그 모호함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만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오늘날 가짜 뉴스와 정보의 혼돈 속에서 진실을 찾기 어려운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결론

《조디악》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인간의 본성과 진실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극이자 탐구극이다. 진범을 잡는 데 실패한 이야기가 오히려 더 강한 여운과 불안을 남기며, 관객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진실인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확신을 가지는가? 그리고 진실을 좇는 데 드는 대가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보다, 그 미스터리에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긴 러닝타임과 다소 무거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주제와 현실적인 묘사 덕분에 결코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다. 진지한 영화, 그리고 미해결 사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할 만한 영화다.